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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가 부끄러웠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솟은 교회당 꼭대기에 걸린 

십자가가 부끄러웠습니다.

마치 사람들의 욕망을 쌓아올린 바벨탑 꼭대기에 걸린 십자가 같았습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높이 달아 올릴 용기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개척 후 얼마되지 않았을 때, 한번은 cbmc 예배를 우리 교회에서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연세중앙교회 장로라는 자가 무슨 교회가 십자가도, 간판도 없냐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 이로 인해 더 부끄러워졌습니다. 그 이와 내가 같은 십자가를 따른다면 차라리 없는게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도 몇몇 이들이 십자가 타령을 했습니다.

그 때마다, 더더욱 부끄러워 졌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를 따르라'고 하셨는데 말입니다.


몇해 전에 자작나무를 여섯그루 심어습니다. 그 중 한 그루만 살고 다섯 그루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2~3년이 지났는데 그 자리에 싹이나더니 자작나무 세 그루가 새롭게 자라났습니다. 그 중 한 그루가 지난 달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죽어 갔습니다. 죽음을 묵상하다가 오늘에서야 십자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땅에 뿌리깊게 박힌 십자가가 만들어졌습니다.


점령군의 깃발처럼 높이 달린 위태로운 십자가가 

아니라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뿌리 내린 십자가를 만들고 나니 오늘의 밥값을 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더사랑 교회다운 십자가가 만들어졌습니다.

마침 옆집 할머니가 나와서 보시고는 

"이게 뭐여, 이상하네" 하시니 '제대로 잘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믿지 않는 자들에겐 이상한 십자가.

내가 지고 가는 십자가, 

우리가 함께 지는 더사랑 십자가입니다.


언제나 부끄러움은 나의 몫입니다.

입으로만 떠드는 사람들은 오늘의 무더위보다 나를 더 지치게 합니다. 이번 한 주동안 들은 청년들의 죽음은 너무 슬픈 소식입니다. 청년들이 살만한 나라를 위해 더사랑 공동체는 함께 십자가를 지기로 합니다. 헬조선이 아니라 성서 조선의 꿈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립 청년 공유 주택을 짓고, 청년들이 더불어 함께 살기를 합니다. 


지난 해에 이어 다시 '우리집 프로젝트 2'를 시작합니다. 이번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제 꽃봄이 있는 옆동네에 200평 땅을 계약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