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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사랑의 십자가


교회가 처음 시작되면서 마땅한 십자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십자가 없는 교회라고, 간판없는 교회라며 수근거렸고, 노골적으로 따져 물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노래했던 시인의 싯구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쫓아오던 햇볕'도 걸리게 하는 십자가가 아니라

생명을 잉태하는 부활의 십자가를 원했습니다.


교회가 시작되면서 어떤 감리교 권사님 내외분들이 자작나무 여섯그루를 심어주셨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그루만 남고 다 죽었습니다. 그리고 3년뒤 그 죽은 자리에서 다시 자작나무 3그루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한그루는 올해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서서히 매말라갔습니다. 그리고 죽었습니다. 


죽어가는 나무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묵상되었습니다. 어느날 죽은 나무를 보다가 십자가가 생각났습니다. 


생명의 대지에 뿌리박은 십자가

교회당 꼭대기에 세워져 

오르지 못할 십자가가 아니라

땅으로부터 심겨져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는 십자가

어깨 높이만큼의 못난 십자가를 만들었습니다.

바보 예수가 옆에서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못난 십자가를 함께 지고

어깨를 다독여 주십니다


드디어 '더사랑'스러운 

십자가가 생겨났습니다.

이 땅에 깊숙히 뿌리내리고 

하늘 향해 선 못난이 십자가, 

이름 모를 덩쿨에도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생명의 십자가

그리스도의 십자가

내가 지고 갈 십자가